[독자체험기]미국 시민권 시험 보던 날
20년 넘게 영주권자로 지내다 최근 시민권을 취득했다. 대한민국 국적으로는 북한선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700달러 정도로 올랐고 시험도 훨씬 어려워졌다는 말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용기를 내 시민권에 도전했다. 10장 정도 분량의 시민권 신청서(INS Form N-400)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작성한 뒤 사진과 수수료를 동봉해 보냈다. 한달쯤 지났을까, 알렉산드리아 이민국에 가서 지문채취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문을 찍고는 시험 준비 책자와 안내서를 받아 돌아왔다. 다시 2주쯤 지났다. 이번에는 페어팩스 이민국에 가서 인터뷰를 받으라는 통지가 왔다. 딱 한달 정도 남아 있었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놀랐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드디어 인터뷰 날, 밤새 이상한 꿈들이 꼬리를 이어 나타나는 바람에 한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내와 함께 비몽사몽간에 이민국으로 향했다. 보안검색을 통과해 이층으로 올라갔다. 150여명 정도가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시간 쯤 기다렸을까? 6피트 키에 미모의 금발 아가씨가 이름을 불렀다. 그렇지 않아도 “못되고 사납게 생긴 사람이 걸리면 어떻하나? 이왕이면 상냥하고 아리따운 사람이 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아실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안내받고 들어간 면접실은 참 편안했다. 면접관은 ‘란도어’라는 유럽계 아가씨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기 전 나에게 오직 진실만 말할 것을 선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서류를 한장 한장 펼치기 시작했다. 두어달 전에 이민국에 보낸 내 신청서였다. 란도어는 한 페이지 한 문장씩 확인 질문을 했다. 이름, 주소, 생년월일, 언제 미국에 왔나, 언제 영주권을 받았나, 해외 여행은 언제 했고 왜 했는가, 미국을 위해 싸울 각오가 되어 있는가, 이전 국적을 포기하고 오로지 미국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등등의 질문을 10여분 동안 던졌다. 이어 미국 역사 시험 순서가 됐다. 문제는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뽑는다. 열 문제 중 여섯개만 맞추면 통과다. 상원의원은 몇명이며 왜 그런 숫자가 나오는지, 미국의 최고법은 무엇이며 누가 썼는지,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대통령을 보필하고 자문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미국 국가를 뭐라 부르는가? 등등의 질문이 나왔다. 여섯개를 다 맞추자 더 이상 물을 필요가 없다며 다음 시험으로 넘어갔다. 말하기와 쓰기 시험이다. 란도어는 “I have to go to a grocery store to get some food”라고 말하면서 받아 적으라고 했다. 그대로 받아 썼다. 쓰기 시험 통과! 곧바로 읽기 시험이 이어졌다. “Today is very sunny day”를 읽으라고 해서 그대로 읽었다. 읽기 시험 통과! 시험관이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Congratulation, now you are an American Citizen.” 그 때의 기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란도어는 모든 시험을 통과했으니 오후 선서식에 참석하라고 말했다. 그 때가 오전 11시. 아침 9시에 도착해서 면접 완료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시민권 선서식은 오후 2시. 아침식사 겸 점심을 먹고 다시 이민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시간쯤 기다렸을까? 이민국 직원이 나와 시민권 증서를 보여주며 확인하라고 했다. 이름, 생년월일, 등 시민권 증서에 써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이어 10명씩 줄서서 이층에 있는 시민권 선서식장에 입장했다. 선서할 때 조금이라도 틀리면 다시 시킨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선서는 한명씩 하는게 아니고 다 같이 하는 것이라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선서식과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한 뒤 한사람씩 시민권 증서를 받았다. 이민국을 나오면서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어디든지 보내주세요.” ▷개정 시민권 문의: 703-909-9780